윤석열 대통령님, 자유가 중요하다면서요?

[IDEA2050_050]김재경 LAB2050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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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유독 ‘자유’를 많이 강조해왔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자유를 35번 외쳤고, 4월 28일 하버드대 연설은 제목부터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이다. ‘자유’라는 가치는 정말 중요하지만, 그저 외치는 것만으로 자유가 증진되지는 않는다. 과연 윤 정부는 더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을까?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민주주의, 시민 연대 등의 가치는 지켜지고 있을까?

다양한 지표를 포함하고 있는 민주주의 지표 : V-Dem(Varieties of Democracy index)

자유, 민주주의와 같은 추상적인 가치는 자의적으로 해석되기 쉽다. 이럴 때는 추상적인 가치를 수치화하여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한 지수(Index)를 검토하면 비교 기준에 따른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이번에 살펴볼 지수는 V-Dem(Varieties of Democracy Index)으로,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브이뎀 연구소가 매년 각국의 민주주의의 여러 요소들인 자유, 평등, 참여, 숙의, 언론의 독립성등을 측정하는 지수로 국제사회에서 공신력 있는 민주주의 척도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다소 낯선 지표이지만, 다양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어 민주주의와 관련된 학술 영역에서 널리 사용된다.

한국에서의 민주주의와 관련된 지수들의 경우, 대부분 직선제 개헌 민주화 전후로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번 분석에서는 민주화 이후인 1988년부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까지 그래프를 그려 비교해보기로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와 ‘민주주의’ — 자유민주주의 지표의 소폭 하락

https://v-dem.net/data_analysis/CountryGraph/

V-Dem의 핵심 지수인 민주주의 지수는 크게 ‘숙의/평등/자유/선거/참여’ 민주주의로 나뉜다. 그 중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와 가장 관련 있는 ‘자유민주주의 지수(Liberal Democracy Index)’를 살펴보자. 크게 ‘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 Index)’와 ‘자유 요소 지수(Liberal Component Index)’로 구성된 이 지수는 이름 그대로 한 국가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지켜졌는지를 알 수 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2021년 연말 기준 0.79에서 2022년 연말 기준 0.73으로 0.06p 하락했으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기 직전인 2016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하는 사이, 이웃 민주주의 국가들의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어땠을까? 일본의 경우 기시다 총재가 2021년 10월 취임하였으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0.74로 변화가 없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로 인해 2017년 0.09점이 하락하여 0.74점이 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2021년 1월 바이든 취임 이후 매년 0.01씩씩 상승하여 2022년 다시 0.74점이 되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의 두 구성 요소 중 지수 하락에 더 큰 기여를 한 것은 선거민주주의 지수의 하락이다. 선거민주주의는 1년동안 0.86에서 0.81로 0.05점 하락한데 비해, 자유 요소 지수는 1년동안 0.92에서 0.91로 0.01 하락했기 때문이다. ‘자유 요소 지수’에는 이동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자유 지수와와 삼권분립에 관한 지수로 구성되어 있다. 즉, 자유 요소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개인의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거나 민주주의 시스템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즉,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에는 삼권분립이 그런대로 유지되고 개인에 대한 기본적인 자유가 그런대로 유지돼 ‘자유 요소 지수’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자유민주주의 지수의 하락을 가져온 것일까. 대표적으로 결사와 표현의 자유를 반영하는 ‘정치적 시민의 자유 지수(Political civil liberties index)’가 하락했다. 선거민주주의에 포함된 지수 중 일부가 ‘정치적 시민의 자유 지수’에 포함되며, 이 지수는 2021년 0.93에서 2022년 0.88로 0.05점 감소하였다. 이어서 정치적 시민의 자유 지수 중에서 크게 떨어진 세 가지 지수를 알아보고자 한다.

시민단체 탄압(CSO repression) 지수, 1997년 이후 최저

자유를 누리는데 필요한 여건은 자유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여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 윤석열 하버드대 연설문 中

https://v-dem.net/data_analysis/CountryGraph/

정치적 시민의 자유 지수에는 정부가 얼마나 시민 단체를 억압했는지 나타나는 ‘시민단체 탄압 지수’(CSO (Civil Society Organizations) repression)가 있다. 시민단체 탄압 지수는 2021년 3.86에서 2022년 2.87로 거의 1점 가까이 하락했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정부가 시민단체를 심하게 탄압한다는 의미다. V-Dem 웹페이지에 나온 이 지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 지수가 3점일 경우 정부는 벌금이나 해고 등의 물리적 제재로 시민단체의 활동과 표현을 억제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리콴유의 싱가포르나 푸틴의 러시아를 그 예로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1년 만에 이 지수가 3점대 후반에서 3점을 하회하는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김영삼 정권이었던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하며(2008 ~ 2016년 2.88점), 윤석열 정권에서 시민사회가 느끼는 탄압이 실제 지수로도 나타났음이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 역시 지수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전용기에서 배제된 MBC 기자, 늘어난 정부의 언론 검열(Government censorship effort — Media)

민주주의는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하버드대 연설문 中

https://v-dem.net/data_analysis/CountryGraph/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자유는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자유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 ‘언론의 자유’가 정부에 의해 침해받는다면 어떨까. 윤석열 대통령의 ‘날리면/바이든’ 논란의 시발점이 된 MBC의 2022년 9월 22일 보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서 MBC기자들이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언론을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로 인해 ‘정부의 언론 검열 지수(Government censorship effort — Media)’는 악화됐다. 2021년 3.78점에서 2022년 2.69점으로 하락하였으며, 이 역시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이 지표에 대한 설명을 보면 검열의 종류로는 정치적 동기로 인한 방송주파수 부여, 재정지원 철회, 유통망에 대한 영향력 행사, 광고의 선별적 배포 등이 있고, 0점에 가까울수록 검열이 일상적이고 직접적이란 것을 의미한다. 이 지표가 2점일 경우 민감한 이슈에 국한돼 검열이 직접적이란 의미이고, 3점일 경우 역시 민감한 이슈에 국한돼 검열이 간접적이란 의미다. V-Dem 지표는 윤석열 정부가 언론 자유 수준을 빠르게 악화시켜 점점 직접적으로 언론을 검열하고 있다고 본 셈이다.

V-Dem 이외에도 언론의 자유와 관련한 지표는 일관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3 세계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는 세계 47위를 기록해 전년보다 4계단 하락했다.

가짜 뉴스를 줄여도 모자란 상황에 — 정부의 국내 허위 정보 유포(Government dissemination of false information domestic)

민주주의는 상식과 진실, 그리고 양심으로 대표되는 지성에 기반하는 제도입니다.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라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협하고 위기에 빠뜨립니다.

- 윤석열 하버드대 연설문 中

https://v-dem.net/data_analysis/CountryGraph/

*한국 기준 이 지수는 2000년부터 집계되어 2000~2022년 그래프를 첨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말한 대로, 가짜뉴스는 시민들의 판단을 흐트리고 거짓에 기반한 여론 형성을 만들게 되어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선 가짜 뉴스와 선동을 정부가 줄여 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가 국내에 가짜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면 어떨까? ‘정부의 국내 허위 정보 유포’ 지수는 ‘정부와 정부 대변인들이 얼마나 자주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여 잘못된 견해나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자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나타낸다. 점수가 낮을수록 정부가 자주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이 지표가 2021년 3.74에서 2022년 3.44로 약 0.3점 하락하였고, 이 역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점수다. 이 지수의 설명에 따르면 4점은 정부가 허위 정보를 전혀 혹은 거의 전혀 유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3점은 정부가 주요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만 드물게 허위 정보를 유포한다는 의미다.

한국은 정부가 허위 정보를 거의 유포하지 않는 나라에 가까웠으나,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이후엔 점점 정부가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정부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협하는 가짜 뉴스의 생산 주체가 된다면 사회 전체적으론 가짜 뉴스가 범람할 가능성이 높다.

입으로는 자유를 외치고, 행동으로는 자유를 뺏는다면

여러 지수를 통해 살펴본 결과, 2022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 혹은 ‘자유와 관련된 가치’가 침해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앞서 본 것처럼 이동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의 기초적인 자유는 지켜졌고, 데이터가 많아 전부 언급하지 못했지만 학술의 자유(Academic Freedom Index)나 토론의 자유(Freedom of Discussion) 등의 지수도 이전 정부와 비교하여 후퇴하지 않은 항목들도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를 포함하여 선거,평등,참여,숙의 민주주의가 후퇴했고, 시민단체와 언론 탄압, 정부 주도의 가짜 뉴스 생산 지표까지 악화되며 자유의 퇴보한 한 해였다. 이외에도 미디어의 자기 검열(Media self-censorship)이 강해지고 사회 그룹 간 자유로움(Social group equality in respect for civil liberties)의 차이가 나타나는 등 여러 자유의 후퇴가 확인되었다. 민주주의나 자유와 관련된 여러 지수를 더 자세히 확인하고 싶다면 V-Dem 그래프 홈페이지(https://v-dem.net/graphing/)를 방문하길 권장한다.

2022년과 같은 추세가 2023년에도 이어진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열심히 외치던 ‘자유’의 수준은 여러 분야에서 끊임없이 추락할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는 중요하다고 외치기만 해서 증진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의 자유가 아닌 정부가 탄압할 자유만 늘어난 꼴이다.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유를 증진했으면 한다. 필자 역시 내년 이 시점엔 달라진 V-Dem 지표들을 분석하고 소개할 수 있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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